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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리뷰

책 리뷰 <소년이 온다>

by SEEGOALNOM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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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강 작가의 소설을 두권이나 읽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둘 다 내용이 쉽진 않지만 지루하지 않게 빨리 읽힌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그 당시에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이 겪은 잔인한 삶에 초점을 두고 이에 대해 너무 사실적으로 적나라하게 서술한다.

출판서 서평 중에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는데 ‘한강은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어느덧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여전히 5.18의 트라우마를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무한다.’는 부분이다.

탑처럼 쌓인 시체더미에서 떨어져 나온 한 영혼이 글의 화자가 되어 썩어가는 자기 몸을 묘사하고 글을 전개하는 챕터가 있는데, 이 부분을 읽었을 때도 그리고 다시 상기하려는 지금도 울컥한다.

본깨적 나눔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 놓은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니야.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다 희생당하신 분들이 서술된 글처럼 숭고함을 느끼셨기를.
내 앞에 총이 있고 내가 죽기 일보 직전이라면 난 어떤 생각이 들까. 나라면 이때 민주화운동을 했었을까. 일제강점기 때 독립운동을 했었을까. 두려움보다는 양심에 따라 선택해서 고문을 폭력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숭고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 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최근에 러시아의 한 청년이 징병되기 전 살인을 저지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스스로 생을 달리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내 영혼에 살인죄를 씌울 수 없다”면서 말이다.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 도대체 무엇이 생명보다 더 귀하기에 서로 싸우고 죽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의미한 살생이 얼른 멈추기를 기도해본다.

우리의 몸속에 그 여름의 조사실이 있었습니다.


저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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