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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리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잠언 시집 리뷰

by SEEGOALNOM 202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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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독서모임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계속 게으름을 피우다가 결국 시간이 별로 없어 잔머리를 굴려 시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중에 머리맡에 두고 읽어야 한다는 리뷰가 있던 이 시집을 고르게 되었다.

'잠언'이라는 것은 사전적으로는 '가르쳐 훈계하는 말'이라는 뜻인데 이 시집의 해설에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실수들, 평범한 삶 속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통해 만든 깨달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시집은 류시화 시인이 다양한 사람들, 그중에서는 우리가 알 만한 유명인사도 있고 무명의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이 인생을 살면서 깨달은 것들을 쓴 글들을 모아놓은 시집이다.

이 중에 가장 좋았던 시 몇가지만 소개해보려고 한다.

본깨적 노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 시를 읽으면서 현재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보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시도함에 있어 걱정이나 고민을 덜하고 바로 추진할 수 있는 용기가 일깨우게 되었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할 일들이 없을 순 없겠지만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라도.
사실 이 시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라는 부분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춤을 굉장히 잘 추고 싶은데 몸이 저주받아서 슬픈 사람이다. 울 남편이 춤을 잘 춰서 몇 동작을 따라 춰봤는데 그냥 웃음바다였다. 근데 보니까 나 스스로가 먼저 굉장히 쑥스러워하고 남들이 이 춤을 추고 있는 나를 어떻게 볼까, 가장 친한 남편의 시선도 부끄러웠다. 그래서 다음에는 남들의 생각을 신경 쓰기보다는 나의 춤에 대한 의지를 더 불 싸질러 보려고 한다.


무엇이 성공인가 - 랄프 왈도 에머슨 中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시를 읽으면서 이부분만 하이라이트를 쳐놓고 시집을 마저 다 읽고 다시 돌아와서 하이라이트를 친 부분을 복습했는데 '뭘 할 수 있을까? 기부를 하면 될까? 자원봉사를 할까?' 하고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런데 다시 시 전체를 읽으니 이 시인이 말하는 것들은 굉장히 쉬운 것들이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는 것" 들이었다. 물론 기부와 자원봉사도 좋지만 작고 소소한 것들부터 먼저 시작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민들레 목걸이 - 제프 스완


아무것도 할일이 없을 때가 있다.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을 때가 있다.
사람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얘기 나눌 사람조차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풀밭에 앉아 민들레 목걸이를 만든다.
어떤 민들레는 잘 되지만 어떤 건 그렇지 않다.
어떤 민들레는 너무 어리고 어떤 건 너무 늙었다.
민들레 목걸이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공을 들여도 풀어져 버린다.
어떤 때는 그걸 다시 묶을 수 있지만 어떤 때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아무리 잘 만들어도 민들레는 곧 시들어버린다.
나는 이따금 풀밭으로 나가서 민들레 목걸이를 만든다.
그래서 그런 사실들을 잘 알고 있다.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는 것. 잘 안 됐으면 다시 하면 된다 라며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시.
독서모임원들 분들에게 집중해서 들으시라고 하며 읽어드렸다. ><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칼릴 지브란 中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남편에게 자기만의 시간을 좀 더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구속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다.' 이 부분도 인상 깊었다.
사랑해 남편 ♥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나딘 스테어 中


가능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피하리라.

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처음에 소개한 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과 비슷한 뜻을 전하는 시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이긴 한데 최근에 새로 시도해본 일이 있었다. 보통 안될 이유들을 나열하며 몸을 좀 사리는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그만 생각하고 그냥 해보자'하며 해버렸다. 그런데 결과가 어떻든 엄청 쾌감이 있었다. 확실히 나이가 들면서 고민이 점점 줄고 그냥 해버리는 것 같다. 시간이 야속하게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걸 몸도 마음도 점점 더 실감하는 듯하다. 그리고 소름인 건 이 시에도 '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라는 구절이 있다는 점. 아무래도 집에서 유튜브 틀어놓고 연습을 해야 할 듯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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