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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리뷰

책 리뷰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

by SEEGOALNOM 2022.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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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는 여태 읽은 책 중에 제일 난해한 책이었다.
같이 일하는 헝가리 친구들이 다 읽어봤대서 (아마도 추천도서 중 하나였던 듯?) 나도 호기롭게 골라서 읽었는데 채식주의자의 경우, 글은 잘 읽히는데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따라가기가 어려웠던 책이었다.

하지만 이다음 페이지에서는 주인공에게 무슨 일어나는지, 결말이 어떻게 나는지 궁금해서 책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일하면서 이틀 만에 다 읽어버림.🤓

그런데 다 읽고 나서 뭔가 허무해지는(?) 책. 마지막 챕터 읽을 때는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뭐야?' 계속 질문하면서 읽었는데 그냥 책이 끝나버렸다.😧

이야기 내용은 주인공이 갑자기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겠다며 채식을 선언하면서 시작하는데 첫 챕터에서 주인공이 묘사하는 꿈들에 나도 채식주의자가 될 뻔했다.
하지만 여전히 잘 먹고 있음.. ㅎ
그리고 그렇게 단순하게 채식주의를 역설하는 그런 책이 아니다.

아직도 어려운 책이라 인터넷 해석의 힘을 조금 보태 본깨적 나눔을 해보려 한다

깨적 나눔

문득 이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는 놀랐다.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 전의 어린 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선량한 인간임을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성실했고, 나름대로 성공했으며,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락한 가건물과 웃자란 풀들 앞에서 그녀는 단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다만 견뎌왔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인혜가 안쓰러웠다. 그러면서 나는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 인혜처럼 견디고 있는 것일까? 하고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다행히도 나는 이 세상을 즐기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극단적인 것도 분명 있지만 뭐가 그렇게 힘들었기에 영혜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나는 정말 운이 좋게도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과 내 옆에서 날 아껴주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저녁, 영혜의 말대로 그들이 영영 집을 떠났다면 모든 것은 달라졌을까.
그날의 가족모임에서, 아버지가 영혜의 뺨을 치기 전에 그녀가 더 세게 팔을 붙잡았다면 모든 것은 달라졌을까.
영혜가 처음 제부를 인사시키러 데려왔을 때, 어쩐지 인상이 차가워 보여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육감대로 그 결혼을 그녀가 만류했다면 모든 것은 달려졌을까.
그렇게 그녀는 영혜의 운명에 작용했을 변수들을 불러내는 일에 골몰할 때가 있었다.
동생의 삶에 놓인 바둑돌을 하나하나 되짚어 헤아리는 일은 부질없었을뿐더러 가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뭔가 실수를 했을 때, 인생이 내가 원하던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예를 들어, 희망하던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거나 취직이 힘들었을 때, 돈이 부족했을 때에 나도 인혜처럼 생각했다. ‘조금만 더 참고 퇴사를 안 했더라면’ ‘게임을 그만하고 더 생산적인 일을 했더라면,’ ‘내가 만약 학창 시절 공부를 더 했더라면,’하고…
밤에 자기 전 이불 킥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결국 인혜의 말처럼 부질없고 그 최초의 잘못을 되짚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그렇게 가다 보면 태어난 게 잘못이 되는 거니까.

급 규현 짤 생각나네 ㅋ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


주인공인 영혜가 나무가 될 거라며 물 이외의 음식을 먹지 않아 피골이 상접한 것을 보고 언니 인혜가 ‘죽을까 봐 그러잖아!’ 하고 고함을 지른다. 그때 영혜가 하는 말이다.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라고.
죽음이 뭘까하고 고민하게 된 부분이다. 나쁜 것일까? 옳지 못한 것일까? 그건 분명 아닌데. 슬프기만 한 것일까?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맞는데 영혜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 같고.
복잡했다.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폭력에서 철저하게 벗어나고 싶었던 주인공이 다시 자연(폭력이 없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을 담은 글이라는 것을 여러 해석을 찾아보며 알 수 있었다.

어려웠던 책이지만 해석을 보며, 이렇게 리뷰를 남기며 조금이나마 더 책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이래서 어렸을 때 독후감 숙제가 있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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